원우님들 소식
더 눈부시게, 빛을 향한 여정
귀금속공예사실 귀금속은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서
화폐처럼 통용되는 실용적인 재화다. 귀금속이 이토록 오랫동안 인류 역사에서,
그리고 전 세계를 아울러 가치를 지닌 가장 큰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금을 녹이는 불꽃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강남구 귀금속공예 명장 3인을 만났다.
“장식품을 넘어 국가의 중요한 재산”
김 종 목 명장
올해로 65세인 김종목 명장. 아직도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 명장이 주얼리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1973년이다. 우연히 보석 감정과 귀금속 세공에 입문했지만, 손재주가 뛰어난 그는 금세 재미를 붙였다.
“그때 견습생이 다섯 명 정도 있었는데, 일이 끝나면 모두 놀러 가기 바빴어요. 남아서 연습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죠.
몇 달 후에는 취업에 도움을 준 분에게 브로치를 만들어 선물할 정도로 기술이 향상했습니다.”


사장님이 마음껏 연습하라며 공방 열쇠를 건넨 것도 그즈음이다. 남다른 성실함을 발판으로 신뢰를 얻은 김 명장은 기술 연마에 몰두했고, 이는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1979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했으며, 1981년에는 미국에서 열린 국제 기능 올림픽 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다.
지금은 ‘김종목 주얼리’를 운영하며 앱을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2024년 초에 출시할 예정인 이 앱은 전 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검증된 보석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귀금속은 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치를 지닌 재화입니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주얼리가 장식품이나 사치품을 넘어 국가의 중요한 재산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영상: https://youtu.be/LUrFrjJD_BU
“섬세하고 정교하게, 스토리까지 담긴 주얼리”
이 순 용 명장
경북 영덕 출신의 소년은 한 건물 앞에서 시선을 빼앗겼다.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보석 반지는 아무리 쳐다봐도 질리지 않았다. 대장장이 아들이던 소년은 서울로 올라가 귀금속 세공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올해로 70세인 이순용 명장의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곁에서 망치질을 하던 덕에 손재주는 뛰어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취업을 해도 기술을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던 것. “지금이야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울 수 있지만, 그때는 도제식으로 기술자 밑에 들어가 눈으로 배울 수밖에 없었지요. 그나마 구경도 못 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6개월 만에 첫 거푸집을 만든 이 명장은 몇 년 후 규모가 큰 공장에 스카우트되어 미국에서 신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었다. 바로 ‘인비저블 세팅’이다. 인비저블 세팅은 보석을 물고 있는 발이 보이지 않게 세공하는 기법이다. 스톤과 스톤을 맞춰 정교하게 맞물려야 하기에 최고급 세공 기술로 꼽힌다. 두 달 만에 인비저블 세팅 기술을 익힌 이 명장은 국내로 돌아온 뒤, 같은 해 한국현대장신구전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했다. 이 명장의 작품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작은 브로치에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과 금빛 지붕을 얹은 초가집이 있고, 새끼손톱보다 작은 초가집 문은 여닫을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모두 이순용 명장이 어린 시절 들과 산에서 보던 풍경이라고…. 그의 손끝에서 고향은 빛보다 찬란한 풍경으로 펼쳐진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주얼리의 진귀한 가치… 후학 양성에도 힘쓸 것”
김 용 희 명장
주얼리 매장은 대부분 대로변에 자리한다. 화려한 쇼케이스로 지나가는 이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용희 명장의 작업실은 동네 건물 2층에 있다. 간판조차 없어 행인은커녕 일부러 찾아오는 이도 헷갈리기 마련. 하지만 작업실 안으로 들어서면 마법처럼 눈부신 쇼케이스와 그보다 더 널찍한 작업장이 눈길을 끈다. 20년 넘게 후진 양성에 힘써온 기술자의 작업실다운 풍경이다. 2022년 11월, 제네바 기능올림픽 귀금속공예 부문에서 은메달을 딴 조민성 선수도 그의 제자다.


김 명장은 2010년부터 국제지도위원 및 기능올림픽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이는 순전히 명장의 책임감에서 시작되었다. 지도자로서 역할도 바쁘지만, 기술자로서 작품 욕심도 많다. 김 명장은 2006년 특허청으로부터 ‘회동장신구 제조 방법 및 그 구조’로 발명 특허를 획득했다. 이 기술로 만들면 유연한 톱니바퀴처럼 세공한 부품의 움직임에 따라 빛을 반사한다.
“장인의 손끝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주얼리는 가치가 높습니다. 취향이나 추억을 담는 것은 물론, ‘단 하나’라는 희소성이 있어 소장 가치도 높지요. 이러한 가치를 앞으로 더욱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출처: 더 눈부시게, 빛을 향한 여정 귀금속공예 | 강남구청 > 뉴스룸 > 웹진 (gangnam.go.kr)